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오미 천도
백강 전투에서 패한 나카노오에 황자는 국방의 최전선인 다자이후에 ‘미즈시로(水城: 물의 성)’라 불리는 방위 시설을 짓는 등 방비를 강화. 나아가, 그 일환으로 세토내해에 가까운 아스카에서 내륙지인 오미로 천도를 계획합니다. 그 배후에는 새 정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저항 세력이 많은 아스카를 떠나고 싶었다는 사정도 있었을 것입니다. 실제로, 천도한 다음 해 바로 텐지 천황으로 즉위합니다. 『니혼쇼키(日本書紀)』에 따르면 이 천도에 민중은 큰 불만을 가졌고,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재가 빈번히 일어났다고 합니다. 누카타노 오키미가 이 타이밍에 노래를 읊은 것도 백성과 관료 등의 분노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고 싶다는 나카노오에 황자의 의도가 개입된 것인지도 모릅니다.
노래 해설:
미와야마 산을 보는 것도 마지막인데 그 모습을 감추다니,구름아 너는 왜 이리 짓궂니. 이 마음을 안다면 감추지 말려무나.(권1-18)
미와야마 산을 보는 것도 마지막인데 그 모습을 감추다니, 구름아 너는 왜 이리 짓궂니. 이 마음을 안다면 감추지 말려무나.
예부터 신이 깃든 산으로 여겨져 산 자체가 신으로 추앙받았던 미와야마 산. 누카타노 오키미는 이 산을 뒤덮은 구름에 “감추지 말려무나”라는 표현으로 항의했습니다. 일본어 원문에서는 강한 반어법을 사용하고 있어 “감추어야 할까? 아니다. 결코 감추어서는 안 된다”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. 우리 감각으로는 구름이라는 자연 현상에 이렇게까지 감정적인 것은 묘하지만 당시는 세상 만물 모든 것에 혼이 깃들었다고 여겼던 만요 시대. 자연은 ‘마음’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였던 것입니다. 누카타노 오키미는 이 정경을 우선 ‘초카(長歌: 긴 노래)’라 불리는 5, 7조를 반복하는 노래로 읊었고, 그 요약판으로 이 노래를 읊었습니다. 이처럼 초가 뒤에 덧붙이는 탄카(短歌: 짧은 노래)를 ‘한카(反歌)’라고 하며, 『만요슈(万葉集)』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.